크라임씬 '호그와트 살인사건'

개인적으로 보드게임, 방탈출, 크라임씬 등 아날로그적인 게임을 좋아한다. 컴퓨터 게임은 그닥이다. 그냥 못 하는 것인가. 아무튼 나와 크라임씬을 하는 친구들은 크게 두 팀이다. 대학교 친구들로만 구성된 팀이 한 팀 있고 고등학교, 대학교 및 기타 등등이 섞여 있는 친구들로 구성된 팀이 한 팀 있다. 대학교 친구들과는 자주 보지는 않는데 만나면 보통 크라임씬을 한다. 예전에 다녀온 강남 크라임씬카페 퍼즐팩토리의 호그와트 살인사건에 대한 글을 짧게 남겨보려고 한다. 물론 난 사진 찍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이기에 사진 자료는 없다.

- 의상 및 소품

호그와트 살인사건같은 경우 모임에 해리포터 덕후(자기는 덕후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리고 여기에 그 친구의 덕질을 적지는 못하지만, 그 친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덕후가 아니면 뭐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가 한 명 있어서 특별히 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꽤 만족스러웠다. 퍼즐택토리에 가기 전에 친구가 해리포터는 워낙 소품이나 의상이 나온게 많아서 크라임씬 카페에서도 준비하기 쉽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 그랬던 것 같다. 요즘 크라임씬 카페는 대부분 크라임씬 테마에 맞게 의상 및 소품을 준비해주는데 호그와트 살인사건의 경우 가발, 교복, 심지어 마법 지팡이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마법 지팡이는 예상을 못했기에 좀더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다. 물론 소품의 위생이나 이런건 잘 모르겠다. 가발이나 의상을...세탁을 잘 하려나? 우리야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에 게임을 하였지만 코로나가 유행인 요즘은 크라임씬을 하기에 조금 불안할 것도 같다. 그리고 가발은 가렵다. 가발을 착용해볼 일이 별로 없어서 몰랐는데 크라임씬을 하며 한 시간 이상 착용해보니 가발이란 것이 머리를 몹시 가렵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가발을 안 쓰면 또 그 느낌이 잘 안난다. 그래서 중간중간 살짝 벗어서 머리를 긁고 다시 쓰고 했다(TMI).

- 룰

방탈출이나 크라임씬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애초에 방탈출카페나 크라임씬카페에 가는 순간 비밀 유지서약서같은걸 쓰고 서명을 한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고 대기실로 와도 다른 팀이 스포를 당할 수 있으니 카페 안에서는 게임 내용을 말하지 말라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당연하다. 결말을 알아버리면 누가 그 비싼 돈을 내고 게임을 하러 가겠는가. 그러니 이 글에서도 룰을 적을 수는 없다. 다만 어렵다는 사실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크라임씬의 경우 애초에 게임 시작 전에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고 롤북을 받는다. 자신이 범인인지 아닌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역할의 서사 및 배경, 알리바이, 대사 등이 적혀있는데 보통 이 두께와 어려움은 어느정도 상관관계가 있다. 두꺼우면 어려운 것이다. 호그와트 살인사건의 경우 꽤 두껍다. 그리고 뭔가 해리포터를 아는 사람들은 좀 유리할 것 같은데 스토리에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약물이나 마법 이름 같은 것이 꽤 나온다. 당연히 설명이 되어있지만 뭔가 꽤 영어스러운 이름이기에 비슷비슷한 이름을 듣다보면 헷갈린다. 매번 설명을 찾아보기도 조금 귀찮고. 해리포터 덕후라면 저걸 왜 헷갈리지 싶을 수 있지만 해리포터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 때문에 역할 이해도 조금 어려웠고 게임 내내 조금 스토리를 못 쫓아간 느낌이 아주 살짝 있다. 

- 스토리

스토리는 나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난 해리포터를 4부인가 5부까지만 책으로 보았고 6부는 보지도 않았는데 크라임씬의 기본 스토리는 6부에 해당하는 혼혈왕자를 따라가고 있다. 몰라도 게임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모르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 친구의 평가도 있었다. 아무튼 게임을 하다보면 꽤 반전도 많고 나름 스토리는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 크라임씬을 하러가면 범인 검거에 실패하고 나중에 설명을 들을 때 설명을 안 듣고 이 단서를 어떻게 찾는담?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고작 저것 때문에 저사람이 범인이라고?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5명이 갔는데 내 친구 중 한 명이 거의 자신의 단서나 알리바이, 스토리를 안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찾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이걸 보면 억지스럽거나 한 부분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게임을 하다보면 (특히 친구끼리 가면) 그냥 안에서 토의를 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단서를 어느정도 모았으면 그냥 서로 정보를 막 공개하면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범인을 찾는 느낌(?) 사실 개개인이 용의자이니 그런 행동은 매우 이상한 행동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범인이 잘 안 찾아질 때가 있다. 보통 그럴 때는 게임을 하는 우리가 너무 멍청하거나 게임이 조금 억지스럽거나 할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호그와트 살인사건은 그런 부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