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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15

작가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 지구에서 한아뿐 / 피프티 피플 /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 정세랑은 관점이 좋은 작가다. 시선이 예리하거나 날카롭거나 깊은 사유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작가들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정세랑은 그보다 뭉뚱하면서도 종종 구석으로 뻗치는 시선 안에 적절한 온도의 따듯함이 담긴, 그래서 배경이나 소재로 쓰는 하나하나나 잠깐 짧게 서술하고 지나가는 무엇에 대해 나도 같이 스쳐 지나가며 읽다가 문득 곱씹을 때, 그 관점이 현재 나에게도 편하고 미래에도 누군가를 쉬이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것 같다는 면에서 참 좋은 작가다. 그리고 글을 재밌게 써서 좋다. 물론 모든 소재나 내용이 항상 ‘하하하’ 재밌다는 것은 아니고 글을 읽는 맛이 있어 독자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쓴다는 점에서 좋은 이야기꾼이다. 정세랑 작가가 쓴 모든 책을 다 읽은 것도 아니면서 그냥 지금까지 생각한.. 2020. 12. 26.

도서 '죽은 자의 집 청소' 제목이 조금 묘하다. 알라딘 사이트에서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고 소설인가 했다. 죽은 자가 집 청소를 하는 내용으로 생각했다. 책 소개를 조금 읽어보니 고독사(또는 고립사)하신 분들의 집 청소를 업으로 하고 계신 분이 쓴 책이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있다니 싶었다. 잠깐 이야기가 새지만 나나 내 친구들이나 적당히들 고등학교 나와서 적당히들 대학가고 적당히들 회사에 취업해서 적당히들 월급 받으며 야근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게 내가 마주하는 세상의 한계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내가 살면서 생각해보지 못한 직업을 마주하면 조금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특히(말이 조금 이상한데) 어떤 특정 직업이 있기에 내가 그런 직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는 부끄러울 때도 많.. 2020. 12. 12.

도서 '그냥, 사람' 좋은 뜻은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좋은 뜻을 갖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어려운 실천, 특히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노들장애인야학이라는 곳에 매달 십만원씩을 기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부에 부끄러움을 갖는데 돈이 적은 것도 이유지만,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데서 오는 부끄러움이 더 크다. 직접 어떤 행동을 할 방법을 찾지 않고 돈으로 해결해버리려는, 가장 편한 실천이란 부끄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노들장애인야학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대학생 때 알게 되었던 것은 확실한데 그 이유가 기억이 안난다. 심지어 나는 저곳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장애인 운동을 하는 것 같고 니체를 읽거나 글쓰기를 하는 등의 인문학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 같다. 대학생.. 2020. 11. 28.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 친구 와이프의 생일이라 친구들과 연남동에서 모였다. 인도 커리를 먹고 루프탑 카페를 가자고 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루프탑은 아니지만 서점과 테라스를 동시에 하는 카페를 찾았다. 음료 종류는 별로 없었지만 애초에 음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루프탑 찾는 것도 귀찮아 해당 카페에 정착을 하기로 했다. 음료를 주문하며 책을 살펴보던 중 장기하의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가 눈에 띄었다. 살지말지 고민했다. 책이 나온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장르의 가벼움 때문에 개인적으로 에세이는 잘 안 읽는 편이다(잘 쓴 에세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장기하를 좋아하고 또 장기하가 쓴 가사는 너무 엄청나기에 - 그렇게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가사로 해내는 것도 힘든데 너무 한 번쯤 경험해 본 일들이라 공감.. 2020. 9. 20.

인문학 도서 '비평이론의 모든 것' - (1)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꽤 많은 책을 사는 편이다. 많게는 한달에 30만원어치정도 사고 적게는 한달에 10만원어치정도 사니 평균 20만원어치정도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많이 사는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책을 사놓고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당연한 일이다. 이정도면 읽으려고 산다기보다는 소장하려고 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놓고 펴보지않은 책들이 내 방에 한가득 쌓여있다. 오늘부터 다뤄보고 싶은(책의 두께와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다루지는 못할 것 같다) '비평이론의 모든 것'도 그런 책이다. 책을 산 이유는 분명히 기억이 난다. 25살쯤 만나던 친구가 굉장한 문학도였고 문학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어느 날 .. 2020. 9. 8.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뒤늦게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하루', 어하루를 열심히 보고 있다. 장단점이 굉장히 뚜렷한 드라마인데 무척이나 오글거릴 수 있는 내용을 '순정만화'라는 세계관 설정으로 적절히 중화시켰으며(그래도 오글거리는 건 사실이다) 김혜윤이 연기를 너무 완벽히 해준 덕분에 드라마의 유치함이 잘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다보니 뭔가 오글거림 + 달달 + 애틋한 느낌에 연애소설을 하나 같이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소설은 평소에 잘 읽는 장르가 아니어서 인터넷에서 이것 저것 검색하다보니 이도우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란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소설인데 어하루에 나온 이재욱이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도 출연하였기에 뭔가 '어하루'와 잘 어울리겠다는.. 202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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