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영화 베이비드라이버

베이비 드라이버를 보았다. 모든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은 놀라운 힘이 있다. 주인공의 선악 여부와 상관없이 응원하게 된다. 최소한 약간의 면죄부는 주게 된다. 주인공의 관점으로 상황을 보게 되어 그런 것 같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꽤 재밌었음에도 조금 아쉬웠다. 영화가 나빴다기보다는 컸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래 글은 스포다.

베이비가 있다. 주인공의 가명이다. 베이비는 은행강도들의 운전책이다. 박사라는 인물도 있다. 기획자다. 박사는 은행강도를 할 팀을 꾸린다. 보통 베이비와 박사가 구해온 다른 인물 셋이 한 팀이다. 다른 인물 셋은 계속 바뀐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다른 인물 셋이 은행을 턴다. 베이비가 기다리는 차에 탄다. 베이비는 운전 천재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차를 몰아 경찰을 따돌린다. 이런 일을 반복한다.

베이비는 어릴 때 부모가 죽는 사고를 당했다. 부모와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고 베이비만 살아남았다. 이 때문에 귀울림증을 갖게 되어 대부분의 일상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야 한다. 

베이비는 은행강도 운전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베이비는 착한 사람이다. 사람 죽이는 것도 싫어하고 강도짓도 싫어한다. 이 일은 빚을 갚으려 하고 있다. 어릴 때 박사의 차를 털어서 갖다 버렸다. 그 차에는 박사의 돈과 귀중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박사는 베이비를 살려주는 대신 운전책의 일을 하며 자신의 돈을 갚도록 한다. 

베이비는 박사의 돈을 다 갚는다. 그리고 이제 손을 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사의 욕심은 끝 없다. 박사는 베이비를 협박해 새로운 은행을 터는 일을 시킨다. 이 와중에 베이비는 식당에서 일을 하는 데보라와 사랑에 빠진다. 

베이비는 애초에 은행강도 일을 하고싶지 않았다. 결국 팀을 배신하고 도주한다. 그 과정에서 팀이 데보라의 존재를 알게 되며 데보라가 위험에 처한다. 물론 (이런 영화가 늘 그렇듯) 베이비는 데보라와 잘 탈출한다. 이 과정에서 베이비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 만한 사람들은 전부 죽는다. 영화의 반전은 베이비가 결국 감옥에 갇히는 것이다. 잘 탈출한줄 알았던 베이비와 데보라는 경찰에 포위된다. 이 때 베이비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순순히 잡힌다. 그리고 감옥에 간다(출소 후 데보라와 재회한다).

베이비의 선택과 결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물론 주인공을 응원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주인공의 착한 심성이야 어쨌든 나쁜 짓을 한 주인공이 너무 잘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는 이런 마음을 쓸데없는 걱정으로 만들어버린다. 

역동적인 도주씬. 사진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지진 않는군.

베이비 드라이버는 재밌다. 음악 - 보통 락? 헤비메탈? 이런 쪽의 음악이 주로 나오는 것 같다. 내가 해당 장르를 잘 몰라서 확정지을 수 없다 - 이 일단 엄청나다. 베이비는 귀울림증때문에 운전을 할 때마다 굉장히 속도감있는 음악을 듣는다. 박자에 맞춰 운전을 하는 느낌이다. 실제 운전씬 자체도 힘있는데 음악이 더해지며 정말 매 도주씬 자체가 긴장되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시원하다. 영화 속 역할을 잊고 베이비가 잘 도망치길 바라게 된다. 

베이비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데보라는 맘마미아2에 나왔던 릴리 제임스다. 맘마미아2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도 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역할보다는 그냥 개인의 매력인 것 같다.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베이비드라이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가 있다.

두 다리로

베이비가 팀을 배신하고 경찰에 쫓기는 장면. 이 때 베이비는 운전으로 탈출하지 않고 두 다리로 뛰어서 탈출한다. 감독과 작가가 의도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새 삶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운전자의 역할로만 나오던 베이비가 운전을 하지 않고 자신의 다리로 탈출하는 모습은 묘하게 감동적이다.

탈출과는 상관 없지만 분위기가 예쁘니 보도록 하자

베이비를 데리고 탈출한 데보라가 운전을 할 때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베이비의 엄마는 가수였다.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엄마의 노래는 잔잔한 음악이다. 하지만 베이비가 운전할 때는 시종일관 신나고 속도감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베이비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고 데보라가 운전을 할 때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은 드디어 베이비에게 평온이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베이비드라이버에서 아쉬운 것도 있다. 난 영화가 A급을 표방하든 B급을 표방하든 개연성은 잘 갖춰주면 좋겠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계속해서 악인으로 나오던 박사가 우정 때문인지 베이비와 데보라의 사랑에 감동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숨까지 버려가며 둘을 도와준다. 뭐지 싶었다. 또 데보라가 범죄자인 베이비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만난지 얼마 안되어 도주를 결심하다니. 이 또한 왜저래 싶었다. 

베이비드라이버는 (위에서 단점을 이야기했지만서도) 뭐가 되었든 속도감과 음악이 훌륭히 이뤄진 작품이다. 사실 B급 영화인지도 잘 모르곘다. 내가 생각한 B급영화하고는 많이 달랐다. 주인공이 나쁜 역할을 맡았을 때 정말 제대로 된 권선징악을 느끼면서도 보는 내내 긴장감과 짜릿함을 주는 영화는 많지 않은데 베이비드라이버는 이를 훌륭히 해낸다. 끝.

전혀 상관없는 영화지만 또다른 재밌는 영화 최악의 하루

2020/12/07 - [문화생활/영화] - 영화 '최악의 하루'

모든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